매일 같은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나는 한 마리 고양이를 마주쳤다. 작고 말랐지만,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던 그 아이는 내게 무언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여기 있어요. 조금만 신경 써주세요.”
나는 어느 날 결심했다. 단순히 간식을 주는 것을 넘어, 길냥이들을 위한 작은 급식소를 직접 만들어보자고. 그것은 단순한 보호를 넘어, 우리가 동물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1. 왜 길고양이 급식소인가?
길고양이들은 도시의 골목과 주차장을 은신처로 삼는다. 겨울이면 추위에 떨고, 여름이면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진다. 사람과 가까이 있지만, 언제나 경계선 바깥에 있는 존재들이다.
길냥이 급식소는 단지 밥을 주는 장소가 아니라, 안정적인 먹이 공급을 통해 쓰레기봉투 훼손을 줄이고, 고양이와 사람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2. 준비물 – 가능한 한 ‘버려지는 것’ 활용
급식소는 반드시 새 재료로 만들 필요는 없다. 나는 집에 있던 우유 상자, 일회용 아이스박스, 폐합판, 고장 난 서랍 등을 활용해 만들었다.
- 아이스박스 1개 – 본체
- 투명 플라스틱 커버 (폐도시락 뚜껑) – 창문 역할
- 서랍 손잡이 – 뚜껑 손잡이 재활용
- 실리콘 접착제, 커터칼, 칼블럭
- 지붕용 투명비닐 / 우천 대비용 방수천
포인트는 방수가 되고, 쉽게 들어가고 나갈 수 있으며, 청소와 교체가 쉬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3. 제작 과정 – 실전 3시간 도전기
제작은 예상보다 단순했다. 1단계는 아이스박스 옆면에 출입구를 타원형으로 절단하는 것. 칼블럭으로 표면을 조금씩 잘라내며 모양을 만들었다.
2단계는 뚜껑 내부에 도시락 뚜껑을 접착해 창문을 만드는 것. 이는 내부가 보이게 해 고양이가 외부 상황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3단계는 바닥에 폐수건을 깔고, 그 위에 식기 두 개를 고정하는 것. 사료와 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미끄럼 방지 매트를 재단해 부착했다.
마지막으로 전체를 투명 비닐로 감싸 비·눈을 막고, 무게추로 아래 고정을 추가했다. 총 소요 시간은 약 3시간. 재료비는 0원이었다.
4. 설치 – 길냥이의 반응은?
처음엔 낯설어하던 고양이는 3일째 되는 날 조심스럽게 급식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먼 거리에서 지켜봤다. 고양이는 사료를 몇 번 핥은 뒤, 천천히 등을 굽혀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감동이었다. 생명을 돌보는 일이 이렇게 조용히, 작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처음 알았다. 이후 1주일간은 매일 아침 사료를 갈고, 물을 교체하는 루틴이 생겼다.
5. 급식소의 변화와 추가 개선
일주일 후, 나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발견했다:
- 물이 자주 흘러서 바닥이 젖음 → 흡수패드 추가
- 벌레 접근 발생 → 모기장 천 덮개 설치
- 야간 급식 후 사료 잔량 증가 → 사료 양 줄이기
매일의 관찰과 개선을 통해 급식소는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이웃들이 그 급식소를 응원하고 있었다.
6. 주변의 반응 – 함께하는 공존
이웃 몇몇은 “고양이 급식소가 보기 좋아요”, “따뜻하게 사는 고양이 보니 좋네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간혹 “왜 고양이한테 밥을 주냐”며 불편해하는 반응도 있었다.
나는 급식소 옆에 “TNR 완료된 고양이입니다. 사료를 먹고 쓰레기를 뒤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붙였다. 이후 부정적 반응은 줄었고, 오히려 자발적으로 사료를 놓는 분도 생겼다.
7. 길냥이 급식소의 긍정적 효과
구분 | 설치 전 | 설치 후 | 비고 |
---|---|---|---|
쓰레기 훼손 | 자주 발생 | 거의 없음 | 급식소 영향 |
이웃 민원 | 2건/월 | 0건 | 안내문 설치 효과 |
고양이 건강 | 야위고 지저분함 | 털 윤기 있고 활기참 | 꾸준한 식사 제공 |
환경 청결 | 사료 이곳저곳 | 지정된 장소만 급식 | 관리 수월 |
8. 급식소 만들기 실천 팁
- 비 오는 날 우선 설치 X – 건조한 날 시공 추천
- 위치는 바람·사람 왕래 적은 구석에
- 음식물 쓰레기 절대 X – 사료만 제공
- 정기적 청소 + 물 교체 필수
- TNR 안내문 함께 부착 – 갈등 예방
9. 나의 변화 – 매일 나누는 일상의 감정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고 해서 나의 생활이 불편해지진 않았다. 오히려 매일 ‘누군가를 위한 손길’을 내는 삶이 훨씬 따뜻하고 단단해졌다. 내가 받는 건 고양이의 눈빛뿐이었지만, 그 눈빛은 어떤 말보다 컸다.
결론 – 공존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나는 길냥이 급식소를 통해 생명과 환경, 사회적 관계를 동시에 경험했다. 버려지는 자원으로 생명을 지키는 실천, 그 자체가 친환경이고 공존이다.
오늘 당신의 동네 골목에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작은 생명이 있을 수 있다. 아주 작은 공간과 따뜻한 마음이면 충분하다. 지금,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