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의 속도에 익숙해져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느리다고 답답했고, 신호가 길다고 초조했다. 그런 나에게 흙은 낯설고 느리기만 한 존재였다. 하지만 어느 날, 공원 한편에 조성된 작은 ‘도시농업 체험 텃밭’을 보게 됐다.
‘한 평의 흙을 빌려드립니다.’라는 문구에 이끌려 나는 도시농부 체험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일주일간의 기록은 단순한 채소 재배가 아닌, 도시에서의 작은 전환과 나를 재발견하는 과정이었다.
1일 차 – 씨앗을 심는다는 것
텃밭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정사각형 한 평 남짓한 공간, 이미 흙은 고루 다져져 있었고, 준비물은 조그만 모종삽과 물뿌리개, 그리고 내가 고른 씨앗 몇 종류뿐이었다.
나는 상추와 쑥갓, 그리고 당근 씨앗을 심었다. 씨앗은 너무 작아서 흙 위에 떨어뜨리는 데도 집중이 필요했다. 씨앗을 심으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렇게 작은 것들이 정말 자랄 수 있을까?
2일 차 – 물 주는 시간, 나를 돌아보는 시간
이른 아침, 나는 물조리개를 들고 텃밭을 찾았다. 흙이 말라 있었고, 아직 싹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물줄기를 조심스럽게 내릴 때마다 흙이 숨을 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나는 텃밭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흙, 물, 햇빛. 자연은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그 안에는 말보다 진한 울림이 있었다.
3일 차 – 싹이 트다
기적처럼 상추와 쑥갓의 싹이 올라왔다. 아주 작고 여린 잎이 흙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 작은 생명이 나의 손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텃밭의 변화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일상이 흙과 연결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4일 차 – 잡초와의 싸움
싹이 자라자 동시에 잡초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게 내가 심은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눈이 익어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잡초를 뽑으며 나는 이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는 능력도 경험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구나. 농사는 단지 식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단련하는 일이기도 했다.
5일 차 – 이웃 도시농부들과의 인사
텃밭 옆 칸의 도시농부는 60대 중반의 아주머니였다. 나는 작물 이름을 잘 몰라 물었고, 아주머니는 “그건 비트야, 여기 심어 봐”라며 모종을 하나 나눠주셨다.
그렇게 작은 나눔이 시작되었고, 텃밭은 소통의 장소가 되었다. 채소뿐 아니라 사람 사이의 거리도 조금씩 자라났다.
6일 차 – 벌레와의 조우
당근을 심은 자리에 작은 애벌레가 기어 다녔다. 나는 깜짝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 벌레는 잎을 갉아먹기보다는 뿌리 주변을 파고 있었다.
농업 선생님은 “벌레도 생태계의 일부야”라고 말했다. 그 말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내가 몰랐던 자연의 질서와 균형이 거기 있었고,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7일 차 – 자람의 기쁨
드디어 상추가 한 줌 정도 자랐다. 나는 조심스럽게 잎 몇 개를 따서 집으로 가져왔다. 저녁 식사에 곁들여 먹은 그 상추는 마트에서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안겨주었다.
먹는 것 하나에도 애정이 생겼고, 그것이 어떻게 자라났는지를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쉽게 버릴 수 없게 되었다. 식사는 감사의 행위가 되었다.
도시농부 체험 전후 비교표
항목 | 도전 전 | 도전 후 | 비고 |
---|---|---|---|
아침 습관 | 핸드폰 확인 | 텃밭 돌보기 | 생활 패턴 변화 |
정서 상태 | 무기력 | 안정감, 활력 | 자연 치유 효과 |
식생활 | 마트 중심 | 자급 + 감사 | 음식 낭비 감소 |
이웃과 관계 | 거의 없음 | 서로 모종 나눔 | 공동체 회복 |
실천 팁 – 도시농부가 되기 위한 준비
- 주민센터 도시농업 프로그램 활용
- 초보자용 씨앗(상추, 쑥갓, 부추) 추천
- 물 주기는 아침 or 해 질 무렵
- 퇴비는 EM 발효액 or 음식물 퇴비
- 주 1회 관찰 일지 쓰기 – 변화 관찰에 도움
흙을 만지며 느낀 마음의 변화
흙은 느리지만, 그 속에서 자라는 건 단지 채소가 아니었다. 나는 도시의 분주함 속에서도 천천히 자라고 있었다. 자연의 속도를 닮아가는 내 마음은 전보다 더 단단하고 평온했다.
이 체험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토요일마다 그 텃밭에 간다. 씨앗이 자라듯, 나의 삶도 변하고 있다. 흙과 함께하는 시간은 단지 농사가 아니라 삶을 가꾸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