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배달앱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출근길에 아침 커피를 주문하고, 퇴근 후엔 피곤하다는 이유로 치킨이나 분식을 시켜 먹곤 했습니다.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음식이 집 앞에 도착하고, 뚜껑을 열면 따뜻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 뒤엔 플라스틱 포장, 배달 이동거리, 음식물 쓰레기 등 많은 문제가 따라옵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습니다. 3일 동안 배달 없이 살아보기. 음식뿐 아니라 택배도 포함입니다. 이 짧은 챌린지를 통해 내가 얼마나 배달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의존을 끊었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글은 그 3일간의 솔직한 기록입니다.
1. 챌린지 전날 – 배달앱과 이별 준비
챌린지 전날 밤, 나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배달앱 세 개를 스마트폰 바탕화면에서 지웠습니다. 그리고 최근 한 달간의 배달 내역을 확인했는데, 총 17회. 커피, 샐러드, 중식, 디저트 등 종류도 다양했고, 대부분은 ‘귀찮아서’ 시킨 것들이었습니다.
이 도전은 단순히 배달을 끊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 방식을 직접 설계하는 실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나는 ‘배달을 안 한다’가 아닌 ‘배달 없이 살아본다’는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2. 첫째 날 – 직접 장보고 요리하기의 시작
아침엔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계란, 두유, 식빵이 보였고, 간단한 에그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출근길에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사 먹었겠지만, 오늘은 내 손으로 만든 아침이었습니다.
점심은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어젯밤 남은 밥과 김치, 계란말이를 챙겨 출근했고, 텀블러에 커피도 담아갔습니다. 저녁엔 장을 봐야 했습니다. 일부러 가까운 대형마트 대신, 도보 10분 거리의 재래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단출한 반찬 재료를 사고, 직접 요리했습니다. 결과는? 맛은 평범했지만, 포장 쓰레기는 거의 없었고 식사 후 뿌듯함이 컸습니다.
3. 둘째 날 – 유혹과의 싸움
둘째 날 아침, 알람을 두 번이나 끄고 겨우 일어났습니다. 간단한 아침을 준비할 여유가 없어 편의점 생각이 났지만, 챌린지를 떠올리고 빵 한 조각과 과일로 대체했습니다.
점심시간엔 회사 동료들이 시켜 먹는 중식을 부러워하며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배달앱에서 주문 알림이 울리지 않는데도, 괜히 앱을 열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저녁엔 피로가 겹쳐 요리할 힘이 없었지만, 냉동실에 있던 손질된 채소와 라면을 활용해 ‘비배달’ 라면 정식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만족도는 높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날은 배달 쓰레기 0건이었고, 음식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4. 셋째 날 – 새로운 루틴이 생기다
셋째 날엔 뭔가 달라졌습니다. 눈을 떴을 때, 아침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샌드위치를 만들며 하루를 여는 루틴이 익숙해졌습니다. 장보기도 전날 미리 해두어 저녁 준비가 한결 쉬웠고, 시간이 절약되기까지 했습니다.
직접 요리하면서 느낀 건 식습관이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배달 음식의 느끼함이나 양 조절이 안 되는 문제도 사라졌고, 먹을 만큼만 조리하고 남은 재료를 아껴 쓰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건강한 식사가 가능해졌습니다.
5. 배달 없이 살며 느낀 것들
3일이라는 시간은 짧았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배달은 편리하지만, 나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 요리는 귀찮지만, 끝나고 나면 성취감이 크다.
- 배달을 줄이면, 음식 쓰레기와 포장 쓰레기도 확실히 줄어든다.
- 계획적으로 식사할 수 있게 된다.
- 소비가 줄고 지출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배달을 시켰던 내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고, 내 일상에 주도권을 다시 되찾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6. 환경적인 영향도 체감되다
챌린지 기간 동안 나는 포장 쓰레기를 거의 배출하지 않았습니다. 일회용 수저, 비닐 포장지, 배달 봉투 등이 집에 쌓이지 않으니 분리수거할 것도 적었고, 음식 남김도 줄었습니다.
실제로 내가 평소 일주일간 배달 음식으로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평균 10개 이상이었습니다. 이번 3일 동안 배출한 관련 쓰레기는 0개. 아주 작아 보이지만, 이 행동이 1년이면 300개 이상의 플라스틱 포장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지속 가능한 소비는 아주 작은 선택에서 시작됨을 실감했습니다.
7. 결론 – 배달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다
물론 배달을 완전히 끊을 순 없습니다. 바쁜 날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누구나 배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존하지 않는 습관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시작됩니다.
이번 챌린지를 통해 나는 음식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하루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간도 다시 정비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배달앱은 여전히 스마트폰에 있지만, 그 사용 빈도는 확실히 줄었고, 스스로를 더 능동적으로 살아가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당신도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단 3일이면 충분합니다. 배달 없이 살아보는 이 짧은 시간 속에서, 환경도 나도 조금은 더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