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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없이 국내여행 해보기 – 느림 속에서 진짜 여행을 찾다

by 에코로그쓴사람 2025. 5. 14.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흔히 비행기를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비행기 한 번의 이착륙은 많은 탄소를 배출합니다. 어느 날, 나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비행기 없이도 국내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된 나의 ‘비행기 없는 국내여행’ 프로젝트. 5일간 기차, 버스, 도보만으로 전국을 이동하며 여행한 경험을 통해, 속도보다 중요한 건 여정 그 자체라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여행의 방향을 바꿔본 계기

기후 위기, 탄소 배출, 친환경 실천. 그동안 머리로만 생각하던 것들이 현실로 와닿기 시작한 건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와 이례적인 폭염을 겪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 실천의 첫걸음이 바로 ‘비행기 없는 여행’이었습니다. 평소라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비행기로 1시간이면 도착했겠지만, 이번에는 기차 + 배를 이용해 직접 느린 길을 선택했습니다.

여정 개요 – 5일간의 루트

  • 1일 차: 서울 → 부산 (KTX), 부산 시내 도보 여행
  • 2일 차: 부산 → 통영 (고속버스), 동피랑 벽화마을 산책
  • 3일 차: 통영 → 여수 (시외버스 + 시내버스 환승), 여수밤바다 관람
  • 4일 차: 여수 → 목포 (국도 버스 이동), 슬로시티 근대 골목 도보 탐방
  • 5일 차: 목포 → 서울 (무궁화호 열차)

이동은 느렸지만, 길 위에서 더 많은 풍경과 사람,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좋은 점

  • 탄소 배출량 대폭 감소 – 같은 거리 이동 시, 비행기 대비 기차는 최대 90% 탄소를 줄일 수 있음
  • 풍경을 실시간으로 즐김 – 차창 너머로 흐르는 산과 바다
  • 짧은 거리도 ‘여행’처럼 느껴짐 – 모든 이동이 기억으로 남음
  • 지역 교통과 상권 경험 – 현지인의 일상과 가까운 거리 유지

각 도시에서 느낀 것들

부산은 익숙했지만, 걸어서 돌아다닌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 흰여울 문화마을은 자동차나 택시로는 느끼기 힘든 소리와 냄새, 감각이 있었어요.

통영에선 동피랑 벽화마을을 걸으며, 예술이 일상과 연결되는 방식을 봤습니다. 높은 언덕도 걷는 재미로 바뀌는 곳이었어요.

여수는 느긋한 바다 도시였습니다. 차 없이도 시내버스를 타고 해변까지 이동해, 현지인처럼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목포는 근대 골목을 걸으며,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었고, 가장 조용하고 깊이 남은 도시였죠.

한 달 기준 탄소 절감 효과 (계산)

이동 수단 1km당 CO₂ 배출량 이동 거리 총 배출량
비행기 255g 450km × 2 229,500g (229.5kg)
KTX 35g 서울 → 부산 417km 14,595g (14.6kg)
시외버스 100g 400km 40,000g (40kg)

결과적으로 약 175kg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었고, 이는 소나무 17그루가 한 달간 흡수하는 양에 해당합니다.

실천 팁 – 비행기 없이 국내여행 준비법

  • 네이버 지도 or 코레일톡 앱 활용해 시간별 경로 파악
  • 버스 터미널 예약은 '버스 타고' 앱 활용
  • 작은 가방 + 가벼운 짐으로 환승 부담 줄이기
  • 도보 이동 많으니 편한 운동화 착용
  • 숙소는 교통 중심지 근처로 – 도보 여행 시 동선 효율 높음

여행 후의 변화 – 일상의 속도가 바뀌다

나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평소 이동 습관이 확연히 바뀌었습니다.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 대신 도보나 자전거를 우선으로 선택하게 되었고, 대중교통 앱을 더 자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의 속도가 바뀌었습니다. 빠르게 도착하는 것보다, 천천히 경험하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것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교통수단이 여행의 목적을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느리게 움직인다고 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경험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실감했습니다.

여행의 본질은 ‘얼마나 멀리’가 아니라 ‘어떻게 가는가’에 있다는 걸 배운 한 주였습니다.

결론 – 빠르게 가지 않아도, 충분히 도착한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비행기 없이도 국내 어디든 갈 수 있고,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여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바꾸면 삶도 바뀝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언제나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맞았습니다.

지금 당신이 떠나는 여행에 비행기가 꼭 필요한지,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세요. 느림 속에서 더 깊은 당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