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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없는 하루 도전기

by 에코로그쓴사람 2025. 4. 17.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냅니다. 커피를 마시며 버리는 컵, 택배 상자의 포장지, 식사 후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이 모든 쓰레기들이 사실은 ‘내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을 실감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동안 쓰레기통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보기를 도전해 봤습니다.

이 도전은 단순히 ‘쓰레기를 안 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 속 선택과 행동을 재구성하는 일이었습니다. 쓰레기 없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혹은 얼마나 가능한지를 직접 체험하고자 한 기록을 지금 공유합니다.

1. 도전의 시작 – 쓰레기통을 덮는 순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가장 먼저 집 안의 모든 쓰레기통을 덮었습니다. 욕실, 주방, 책상 아래, 거실 구석까지. 모든 쓰레기통을 비우고, 하루 동안 그 어떤 것도 이 안에 버리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그냥 안 버리면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했습니다.

이를 닦은 후 칫솔을 헹구며 무심코 손에 쥔 치약 뚜껑을 닫다가 순간 멈칫했습니다. 치약이 거의 다 닳아있었고, 평소 같았으면 새로 뜯었을 겁니다. 하지만 새 치약을 뜯으면 포장지를 버려야 했고, 그것은 곧 도전 실패를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남은 치약을 끝까지 짜내 쓰기로 했습니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이미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2. 아침 식사 – 쓰레기 없는 한 끼 만들기

평소엔 간편식을 데우거나, 시리얼을 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간편식은 플라스틱 포장이 있고, 시리얼은 내부에 비닐 포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냉장고에 남아있던 계란, 남은 쌀밥, 그리고 이틀 전에 산 포장 없는 채소를 활용해 비닐 없는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조차 버릴 수 없기에 껍데기는 따로 모아뒀고, 계란 껍데기는 나중에 식물 비료로 쓸 생각으로 건조하기로 했습니다. 커피는 원두를 갈아 스테인리스 필터로 내려 마셨고, 커피 찌꺼기는 그대로 말려 탈취제로 활용할 예정이었습니다.

3. 외출 준비 – 화장품, 마스크, 간식까지 고려해야 했다

외출 준비를 하면서도 쓰레기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습니다. 스킨, 로션은 모두 기존에 쓰던 제품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리필이 불가능한 샘플 화장품은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도 고민이었습니다. 평소엔 일회용 마스크를 썼지만, 오늘은 천 마스크를 세탁해 착용했습니다.

간단히 간식을 챙기려 했지만, 포장된 과자와 음료는 모두 제외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직접 만든 오트밀 쿠키를 유리병에 담아 가고, 물은 텀블러에 준비했습니다. 이 준비 과정에서 내가 평소 얼마나 무심하게 포장된 것들을 소비하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4. 점심 외식 – 배달과 편의점은 금지

점심시간, 회사 근처에서 동료들이 배달앱을 켤 때 나는 도시락을 꺼냈습니다. 전날 저녁에 남은 반찬과 밥을 다회용 도시락통에 담아왔고, 숟가락과 젓가락도 챙겼습니다. 동료들이 "오늘 왜 도시락이야?"라고 묻자, 나는 “오늘은 쓰레기 안 만들기 도전 중이야”라고 설명했습니다. 놀라워하면서도 응원해 주는 반응이 고마웠습니다.

배달 음식은 물론, 편의점 간식도 쓰레기를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다시 한번 체감했습니다. 단 한 끼를 해결하는 데도 쓰레기를 피하려면 많은 준비와 의지가 필요했습니다.

5. 하루 종일 쓰레기 피하기 – 작은 선택의 연속

하루를 보내며 내가 마주친 모든 선택에는 쓰레기 생성 여부가 따라붙었습니다. 포스트잇 한 장을 떼는 일, 종이 영수증을 받는 일, 카페에서 일회용 빨대를 받는 일까지.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해 왔던 사소한 행동들이 모두 쓰레기를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나는 전자 영수증을 요청했고, 메모는 스마트폰 앱으로 대신했습니다. 카페에선 텀블러를 내밀며 종이컵과 빨대는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모든 선택이 번거롭고 때론 피곤했지만, 동시에 이런 실천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지 체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6. 저녁 – 요리와 쓰레기 줄이기의 싸움

저녁 메뉴는 간단한 파스타였는데, 재료 선택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시판 소스는 플라스틱 용기, 건면은 종이 포장과 비닐 내포장. 결국 나는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생면과 직접 만든 토마토소스로 대체했습니다. 마늘, 양파 등은 포장 없이 샀던 것들이라 별문제 없었지만, 베이컨은 대체할 수 없어 포기했습니다.

설거지 후 나오는 음식 찌꺼기는 모아서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할 수 있도록 따로 보관했습니다. 평소엔 무심코 버리던 자투리 재료도 오늘은 다시 한번 살펴보고, 버리지 않고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라는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인 것인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7. 하루가 끝난 후 – 진짜 쓰레기는 무엇이었을까?

하루가 끝났습니다. 나는 쓰레기통을 열지 않았습니다. 대신 작은 종이상자 하나에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만든 ‘잠재적 쓰레기’들을 따로 모아두었습니다. 티슈 한 장, 식재료 포장조각, 택배 박스 스티커. 의식하지 않았으면 그냥 버려졌을 물건들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안 버리려는 의식’이 ‘덜 쓰게 만드는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쓰레기통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가 하루를 훨씬 더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살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8. 결론 – 쓰레기 없는 하루는 가능하다, 단 마음부터

쓰레기통 없는 하루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코 불가능하지도 않았습니다. 완벽하게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소비를 하고 있는지를 직면하게 됩니다.

나는 앞으로도 매주 하루는 쓰레기통을 덮고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문화를 만듭니다. 당신도 오늘 하루, 쓰레기통을 덮어보세요. 그 하루가 당신의 일상을 바꾸고, 나아가 지구를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