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도시에서 살아왔다. 아침이면 자동차 소리에 잠을 깨고, 저녁이면 조명 속 인공적인 공기와 함께 하루를 마쳤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단지 한쪽에 있는 조그만 공터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던 그 자리에 나는 텃밭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텃밭은 거창하지 않았다. 넓이는 고작 1.2평 정도. 화분과 재활용 상자를 모아 조립하고, 근처 꽃가게에서 모종 몇 포기를 사 와 심었다. 무공해 채소를 직접 길러보는 일주일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1일 차 – 준비와 설렘
텃밭 시작 첫날, 나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준비했다. 작물은 상추, 청경채, 고수, 쪽파, 루꼴라. 모두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기를 수 있는 잎채소들이다. 흙은 친환경 퇴비 섞인 배양토를 사용했고, 화분은 일부는 플라스틱이지만 대부분 재활용 병과 스티로폼 박스로 대체했다.
물 조절을 위해 바닥에 자갈을 깔고, 배수 구멍을 따로 내는 작업까지 마쳤다. 흙을 손으로 직접 만지며 내가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감각은 무척 원초적이면서도 새로운 기분을 선사했다.
2일 차 – 싹이 움직이는 시간
이른 아침 물을 주며 하루를 시작했다. 마치 반려동물을 돌보는 것처럼, 매일 아침 텃밭을 들여다보는 루틴이 생겼다. 물을 준 후 잎사귀에 맺히는 물방울이 유독 투명하고 깨끗해 보였다.
작은 생명이 내 손을 통해 자라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뻤다. 비록 상추 한 포기, 청경채 한 줄기뿐이지만, 그 초록빛은 내 마음까지 맑게 정리해 주는 듯했다.
3일 차 – 작은 생명의 위대함
밤새 비가 내려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배수구가 잘 작동해 흙이 쓸리지 않았고, 물기 머금은 잎은 오히려 더 힘차게 올라왔다. 나는 이 작은 변화에 감탄했다. 생명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스스로 자란다.
특히 쪽파는 하루 만에 2cm 이상 자란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상추는 잎이 넓어지며 모양이 더 뚜렷해졌다. 자라는 식물을 보는 건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나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4일 차 – 정서적 안정의 효과
텃밭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정서적인 변화가 분명히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줄었고, 아침마다 눈뜨면 바로 창밖 텃밭부터 확인하게 되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멈추고 관찰하는 행위는 나에게 명상과도 같았다. 식물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많은 것을 전한다. 조급함 대신 기다림, 통제 대신 존중을 배운 느낌이었다.
5일 차 – 수분과 햇빛의 균형을 배우다
햇볕이 강한 날이었다. 낮 기온이 28도를 넘자, 상추 잎이 살짝 늘어졌다. 나는 급히 차광막을 만들어 햇빛을 분산시켰고, 물도 평소보다 늦은 오후에 주었다. 덕분에 잎이 탄력 있게 돌아왔다.
이 과정을 통해 식물도 인간처럼 환경에 따라 반응하고 적응한다는 것을 배웠다. 지나친 보호도, 방임도 모두 좋지 않다는 사실을 텃밭이 알려주었다.
6일 차 – 자급의 기쁨을 처음 느끼다
청경채와 쪽파는 드디어 첫 수확을 맞았다. 나는 직접 키운 채소로 간단한 국수 요리를 만들었다. 재료비 0원, 탄소 배출 0g의 식사가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다. 직접 기른 음식을 먹는 일은 ‘먹는 행위’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마트에서 사 온 채소와는 다르게, 내 손에서 자란 이 채소는 무척 소중했다. 그리고 그 소중함은 ‘절약’이 아닌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차원에서 다가왔다.
7일 차 – 공간과 나의 변화
일주일이 흐르면서, 내 생활도 조금씩 바뀌었다. 늦잠 자던 생활은 일찍 일어나 물을 주는 일로 바뀌었고, 쓰레기 중 음식물과 비닐을 줄이려는 습관도 생겼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 씨앗을 나누고, “이건 잘 자라더라” 같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 텃밭은 단지 식물만 키운 게 아니라 나와 주변의 연결을 만들어주었다.
텃밭 실천 전후 변화 비교표
| 구분 | 도전 전 | 도전 후 | 비고 |
|---|---|---|---|
| 아침 루틴 | 기상 후 스마트폰 | 기상 후 물 주기 | 집중력 향상 |
| 식생활 | 마트 중심 식자재 | 직접 재배 + 간편식 조화 | 식비 절감 |
| 탄소 배출 | 교통·포장재 포함 | 운송 없는 자급 | 감축 가능 |
| 정서적 안정감 | 불안·무기력 | 관찰과 성취감 | 감정 안정 |
텃밭 실천 팁 –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
- 작물은 초보자용 잎채소(상추, 쪽파, 청경채)부터 시작
- 햇빛 4시간 이상 드는 장소 선정
- 재활용 용기(두부통, 플라스틱 병, 바구니) 적극 활용
- 흙은 유기농 배양토 + 퇴비 혼합 사용
- 배수구 확보 필수, 화분 바닥 자갈로 처리
- 물은 아침 또는 해진 직후 공급
- 모종은 근처 꽃집 또는 동네 텃밭 공유 행사 이용
텃밭이 가르쳐준 것들
텃밭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나는 이 일주일 동안 환경을 생각하게 되었고, 내 생활의 속도를 조절하게 되었으며, 작은 변화의 가치를 체감하게 되었다.
먹는 것을 키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존중과 돌봄의 감정을 일깨우는 행위였다. 동시에 내가 남기는 소비와 쓰레기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계기였다.
결론 –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내가 더 단단해졌다
나는 집 앞 텃밭을 일주일 키워보며 스스로에게 작지만 분명한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었다. 그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내가 돌본 것 안에서 살아가는 삶.
텃밭은 나를 바꾸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손에도 흙 한 줌이 있다면, 당신도 곧 같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