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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최소화된 제품만 사본 경험담

by 에코로그쓴사람 2025. 4. 16.

마트에 가면 우리는 무심코 수많은 포장을 받아들입니다. 작은 과자 하나에도 겹겹이 둘러진 비닐, 생수 한 팩엔 또다시 묶음용 비닐, 화장품 하나를 사면 종이박스에 비닐 코팅까지. 이런 포장은 대부분 단 한 번 쓰이고 버려져, 결국 쓰레기로 남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 일상에서 포장이 최소화된 제품만 구입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챌린지는 단순한 소비 습관의 변화가 아닌, ‘포장’이라는 당연했던 것에 의문을 던져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그 일주일간의 기록입니다.

1. 마트 대신 시장으로 방향 전환

가장 먼저 바뀐 건 쇼핑 장소였습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플라스틱 포장이나 비닐 랩에 싸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전통시장과 로컬 직거래 장터를 찾았습니다. 그곳에선 채소와 과일을 포장 없이 살 수 있었고, 직접 가져간 망 가방에 담아 올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감자나 고구마는 비닐이 아닌 종이상자에 쌓여 있었고, 판매자는 내가 가져온 천가방을 보고 반가워했습니다. 시금치, 상추처럼 흙이 묻은 채소도 망에 담으니 집에 와서 바로 씻을 수 있어 오히려 편했습니다.

2. 생필품 구입의 고민

식재료 외에 생활용품을 사는 건 훨씬 어려웠습니다. 샴푸, 비누, 세제 등은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었고, 종이 상자도 비닐 코팅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생필품을 구입할 때 다음 기준을 세웠습니다.

  • 리필 가능한 제품 우선 구매
  •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유리, 금속, 순수 종이) 우선
  • 불필요한 외포장이 없는 브랜드 선택

결국 나는 고체 샴푸 바, 종이 포장된 치약, 유리병에 담긴 천연 세제를 선택했습니다. 가격은 다소 높았지만, 사용 기간이 길어 경제성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체 샴푸 바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며칠 지나자 거품도 잘 나고 두피 자극도 적어 만족스러웠습니다.

3. 식품은 ‘벌크 제품’이 대안

포장 없는 식품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벌크 코너를 찾게 됐습니다. 견과류, 곡물, 말린 과일 등을 필요한 만큼만 덜어서 구매할 수 있었고, 집에서 가져간 유리병이나 천주머니에 담아 올 수 있어 불필요한 포장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매장은 아직 흔하진 않지만, 로컬 유기농 마트나 일부 제로웨이스트 샵에서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곳에서 장을 보며 ‘내가 선택하는 방식이 진짜 소비’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4. 온라인 쇼핑은 포기해야 했을까?

이번 도전에서 가장 포기하기 어려웠던 건 온라인 쇼핑이었습니다. 아무리 단순한 제품을 주문해도 과도한 완충재와 테이프, 겹겹의 포장이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온라인 쇼핑을 전면 중단했거나, 친환경 배송을 약속한 브랜드에서만 최소한으로 주문했습니다.

한 번은 친환경 쇼핑몰에서 천연비누를 주문했는데, 종이 포장에 비닐 없이 와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구매 시 포장방식을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5. 사람들의 반응과 내 생각의 변화

처음엔 가족이나 친구들도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고체 샴푸나 포장 없는 채소를 보며 “이거 좋아 보인다”, “어디서 샀어?” 같은 반응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전엔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단지 가격이나 브랜드만 봤다면, 이제는 포장 방식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내가 환경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잣대가 되었습니다.

6. 불편함은 있었지만, 더 얻은 것도 많았다

물론 포장이 없는 제품을 찾는 건 쉽지 않았고, 제품 선택 폭도 좁았습니다. 특히 무겁거나 젖은 상품은 별도로 처리해야 했고, 이동 시 조금 더 번거로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물건을 구입했기 때문에 소비 자체가 훨씬 신중해졌습니다.

즉흥적인 구매가 줄고, 불필요한 소비가 줄면서 오히려 지출도 줄고 만족도는 높아졌습니다. 환경을 위한 선택이 결국 나를 위한 소비로 연결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7. 앞으로의 계획과 실천 다짐

이제 나는 모든 소비에서 ‘포장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이 질문 하나가 소비 습관을 바꾸는 강력한 기준이 되었고, 앞으로도 이 기준을 계속 유지해 나갈 생각입니다.

포장 최소화는 거창한 행동이 아닙니다. 마트에서 딱 하나의 채소라도 비닐 대신 망에 담는 것, 플라스틱 대신 종이 포장 제품을 선택하는 것. 이런 작고 일상적인 행동이 모여 큰 변화가 됩니다.

당신도 오늘 한 번 해보세요. 포장지를 열기 전, “이건 정말 필요했을까?”라고 한 번만 더 생각해 본다면, 당신의 소비는 더 의미 있게 바뀔 수 있습니다.